아카바* 2010. 2. 3. 18:47

 

 

 

 

 

겨울숲에서

 

 

이재무

 

 

겨울나무들의 까칠한 맨살을 통해

보았다, 침묵의 두 얼굴을

침묵은 참 많은 수다와 잡담을 품고서

견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겨울숲은 가늠할 수 없는 긴장으로 충만하다

산 이곳저곳 웅크린 두꺼운 침묵,

봄이 되면 나무들 가지 밖으로

저 침묵의 잎들 우르르 몰려나올 것이다

봄비를 맞은 그 잎들 뻥긋뻥긋,

입을 떼기 시작하리라

나는 보았다

너무 많은 말들 품고 있느라 수척해진

겨울숲의 검은 침묵을

 

 

 

-시집 『저녁6시』 (창비, 2007)

 

 

** 가만히 오고 있는 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