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쉼터/풍경이 있는 詩

돌에 물을 준다 / 이선자

아카바* 2010. 2. 17. 17:36

  

 

 

 

 

    돌에 물을 준다 / 이선자



      돌에 물을 준다
      멈춘 것도 같고 늙어 가는 것도 같은
      이 조용한 목마름에 물을 준다
      이끼 품은 흙 한 덩이 옆으로 옮겨 온
      너를 볼 때마다
      너를 발견했던 물새우 투명한 그 강가의
      밤이슬을 생각하며 내가 먼저 목말라
      너에게 물을 준다

      나를 건드리고 지나는 것들을 향해 손을 내밀 수도 없었고
      뒤돌아 볼수도 없었다 나는 무거웠고 바람은 또 쉽게 지나갔다
      움직일 수 없는 내게 바람은 어둠과 빛을 끌어다 주었다
      때로 등을 태워 검어지기도 했고 목이 말라 창백해지기도 했다
      아무하고도 말을 할수 없을때, 긴 꼬챙이 같이 가슴을 뚫고 오는
      빗줄기로 먹고 살았다 아픔도,
      더더구나 외로움 같은 건 나를 지나는
      사람들 이야기로만 쓰여졌다 나는 몸을 문질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숨소리도 없이 몸을 문질렀다
      내 몸에 무늬가 생겼다
      으깨진 시간의 무늬 사이로 숨이 나왔다

      강가 밤이슬 사라지고
      소리 없이 웅크린 기억들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너의 긴 길이 내 몸 속으로 들어 왔다
      멈출 수도, 늙어갈 줄도 모르는
      돌 속의 길이
      나에게 물을 준다 

 

 



      <2005년 전남일보 당선작품>
     



I Love You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