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쉼터/사진일기

김광규 시인을 만나다

아카바* 2013. 7. 2. 00:30

 

2013.6.28

 

김광규 시인을 만나다

 

 

 

 

 

 

김광규(金光圭, 1941년 ~ , 서울 출생)은 대한민국시인으로, 1975년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하였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독문과에서 문학석사,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부전공은 독일 현대시문학이다.

시집으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반달곰에게》,《아니다 그렇지 않다》,《크낙산의 마음》 등이 있다.

녹원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 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한양대학교 독문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 누군가를 위하여 > 

 

예컨대 자기의 남편을 위하여

아들딸을 위하여

어버이와 형제자매를 위하여

또는 병든 마음과 헐벗은 몸을 위하여

쫓기는 사람들과 억눌린 이웃들을 위하여

오로지 남을 위하여 살면서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너무나 무심했던

당신이 갑자기 떠나갔다

당신의 웃음 짓던 환한 모습

당신이 앉았던 풀밭의 옴푹한 자리

당신이 쪼이던 가을 햇볕

당신이 부르던 정다운 목소리

모두 그대로 남겨놓은 채

혼자서 훌쩍 사라졌다

물이 되어 한강을 건너고

구름이 되어 북한산 연봉을 넘어서

서북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어쩌면 몽골의 어느 초원에 풀을 눕히는

바람이 되었을 당신

또는 별이 되어 밤새도록

어두운 지붕들을 내려다볼 당신

아니면 안개가 되어

우리를 포근히 감싸줄 당신

당신을 나는 때때로 바라보기만 했는가

당신을 우리는 그저 떠나보내기만 했는가

당신이 입던 옷을 정리하고

당신이 남긴 돈을 은행에서 인출하고

당신이 오고 가던 길을 걸으며

당신이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만 같아

우리는 자꾸만 되돌아본다

한없이 당신을 그리워하며 이제야 우리는

조금씩 달라지려 하는가 저마다

말없이 당신을 닮아가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