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31. 09:13ㆍ♡。아름다운 인연━•♡/♣ 옹달샘 의 추억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혼자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그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는 그 절망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의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한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또 기다리는 사람
배경:소매물도 /모델:아카바
이생진(李生珍) 시인
충남 서산에서 성장
[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의 추천등단
1996년 <먼 섬에 가고싶다>(1995)로 윤동주 문학상
2002년 <혼자 사는 어머니> (2001)로 상화(尙火) 시인상을 수상
2001년 <그리운 바다 성산포>(1978)로 제주도 명예도민증을 받음.
글작성 :공진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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