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3. 22:56ㆍ▦ 마음의 쉼터/풍경이 있는 詩
푸른 수도승 / 김점숙
똑 또그르르
때 아닌 오밤중에 목탁소리 들린다
월장을 하여 우리 집 옥상에
스님이 오르셨나
뜨거운 열대야 속 참선이 따로 없는 밤
그 스님
단단히도 마음을 동여매는가 보다
똑 또그르르르
간격이 일정치 않은 저 소리
꾸벅꾸벅 졸음 겨운 수도승의 해찰인가
깊고 붉은 밤
억지로 동참한 수행 끝내고
이른 아침 급히 옥상에 올랐다
오, 저 낭자한 수행의 흔적들, 사리들
내 집 머리 위로
허락 없이 손 뻗은 뒷집 감나무
가지에 아직도 듬성듬성한 땡감들
푸르디 푸른 수도승들
오체투혼, 온 몸 던져 두드린 목탁소리였구나
- 인터넷카페 <중년의 글과 벗> 창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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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 이는 시를 쓰고자 하는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일반적인 견해로 좋은 시는 예술적 완성도를 염두에 두고 그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를 충실하게 달성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시작(詩作)의 의도가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하고 나아가 감동이나 재미 그리고 인간의 삶에 깊이 천착하고 긴밀히 연결된 것이라면 더욱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좋은 시는 대개 우리의 감각과 상상력에 강렬히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를 배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메타포(Metaphors)'란 용어에 익숙할 것이다. 메타포는 우리말에 딱 이거라고 표현할 만한 단어는 없으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영어사전에는 '은유', '비유'라고 나오긴 하지만, 실제의 의미는 뉘앙스가 좀 다르다. 메타포는 단지 수사법의 일종일 뿐 아니라 대단히 많이 쓰이는 언어의 광범위한 현상이다. 원래 구체적 사물을 가리키는 언어가 추상적, 비유적으로 사용되면 메타포가 된다. 따라서 전의적인 언어는 모두 메타포라 할 수 있는데, 단순한 은유보다는 보다 더 상징적이고 함축적이다.
이 시는 아직 본격적인 등단절차를 거치진 않았지만 시인의 시적 ‘메타포’가 나름의 의미와 재미로 읽혀진다. ‘메타포’란 사물을 생각하거나 설명할 때에 ‘비슷한 것’을 빌려서 또는 모방하여 전달하는 것이라 편의상 정의한다면, 한밤중에 지붕위로 이웃집 감나무의 땡감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스님의 목탁소리처럼 들렸고 그렇게 묘사한 것은 메타포의 가장 비근한 예라 할만하다.
일종의 상징적 은유로서 ‘A는 B와 같다’의 직유 형식이 아니라, ‘같이, 처럼, 같은, 듯’이 등의 연결어가 없이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결합시키는 비유법을 구사했다. 하지만 시에서는 독자의 상상력을 좀 더 이끌어낼 수 있도록 깊숙이 숨겨도 좋으련만 조금 성급하게 정체(본의)를 드러낸듯 보인다. 아무래도 시를 배우면서 습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고 기성의 시인들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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