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 박두규

2008. 10. 7. 12:36▦ 마음의 쉼터/풍경이 있는 詩

 
 

 
 

 

 

 

 

 

 

 
        벗 / 박두규     


         바람도 없는 적막한 낮에
         붉나무 이파리 서너 개 내려앉았다
         그 가벼운 낱장의 무게마저 견딜 수 없었겠지
         세상은 이 어쩔 도리 없는 것들의 세상이다
         수천수만의 실핏줄로 내 안을 흐르고 있는 것이나
         세상 어느 귀퉁이 말없이 흔들리는 꽃모가지도
         차마 모르는 듯 없는 듯 그러며 살 뿐이다
         어쩌다 기다리는 일이 불편하기도 할 것이면
         까마득한 세월을 거슬러
         오랜 벗이 슬그머니 찾아오기도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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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를 만나 
         이러쿵저러쿵 남 얘기하며 수다 떨다 
         집으로 돌아온 날은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늘 허전하고 씁쓸합니다. 
         그러는 내게 한 선배가 말해줍니다
         원숭이들이 서로 털을 골라주는 것처럼
         우리 사람들도 
         함께 욕하면서 더욱 친해지는 거라고
         우린 동물이 아니거든요
         하며 대꾸했지만,
         세상은 때로 때때로 
         '그 가벼운 낱장의 무게마저 견딜 수 없'어
         문득, 어떤 말을 해도 허물이 없는 벗이 그립습니다.
         전화라도 해야겠습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우리 한 번 만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