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찾아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13. 7. 11. 23:32▦ 마음의 쉼터/풍경이 있는 詩

 

 

단어를 찾아서 Szukam slowa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피로 흥건하게 물든 고문실 벽처럼
내 안에 무덤들이 똬리를 틀지언정,
나는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고 싶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내가 듣고 쓰는 것, 그것으론 충분치 않다.
터무니없이 미약하다.


우리가 내뱉는 말에는 힘이 없다.
그 어떤 소리도 하찮은 신음에 불과하다.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ㅡ시집『끝과 시작』, 문학과 지성사(2007)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Wislawa Szymborska)

 

1923년 폴란드의 중서부 쿠르닉에서 태어나 8세 때 가족과 함께 남부도시인 크라쿠프로 이주한 후 현재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다.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1945년 「폴란드일보」에 <단어를 찾아서>로 등단했다.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1952)부터 최근 시집 <콜론>(2005)까지 모두 11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독일 괴테 문학상, 독일 헤르더 문학상, 폴란드 펜클럽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1996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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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폴란드 여류시인 쉼보르스카 타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여류 시인 비슬라바 쉼보르스카(88).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美文으로 쓴 묵직한 인생의 화두 '시의 모차르트'

(바르샤바 폴란드 AP=연합뉴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여류 시인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가 1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88세.

쉼보르스카는 이날 저녁 폴란드 남부 도시인 크라쿠프의 자택에서 지병인 폐암으로 숨을 거뒀다고 개인 비서인 미하엘 루시네크가 전했다.

라도슬라브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쉼보르스카의 죽음을 "폴란드 문화에 회복할 수 없는 손실"로 묘사했다.

199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쉼보르스카는 도덕과 철학의 문제를 아름다운 서정시로 풀어내며 유럽 전후세대를 매혹시켰다.

그는 인생의 정신적인 측면이 정치를 비롯한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는 믿음을 견지하면서 인류와 사랑, 죽음 등 화두를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속에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5년 첫 시집 '나는 언어를 찾는다'를 출간하고 나서 대표작인 '피타니아 자다브네 소비에'(자문.自問)를 비롯한 많은 시집을 냈다.

1993년 작 '끝과 시작'을 비롯해 스탈린에 대한 혐오감을 담은 '설인(雪人)에 대한 도전' '첫눈에 반한 사랑'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1923년 7월2일 폴란드 서부 포즈나니 인근 코르니크에서 출생, 크라쿠프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한때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다 1966년 탈당했다. 이후 남부의 문화도시인 크라쿠프에서 집필에 전념해왔다.

또 1953년부터 1981년까지 폴란드의 지식인이 즐겨보는 잡지 '지시에 리테라키에'(문학생활)의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쉼보르스카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할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베토벤의 격정"을 결합시킨 "시의 모차르트"로 평가했다. 생전에 애연가로도 유명했다.

 

jhc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2/02 09: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