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Wizdok z ziarnkiem poasku)

2013. 7. 11. 23:47▦ 마음의 쉼터/풍경이 있는 詩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Wizdok z ziarnkiem poasku)

 

 

詩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노벨문학상 수상자)

 


우리는 그것을 모래 알갱이라 알고 있지만
그들 자신에게는 알갱이도 모래도 아니다.
모래 알갱이들은 일반적이건, 특별하건,
일시적이건, 지속적이건,
잘못된 것이건, 올바른 것이건,
이름없이 지내는 익명의 상태에 익숙하다.

쳐다보고, 손을 대도 아무렇지도 않다.
시선이나 감촉도 느끼지 못한다.
창틀 위로 떨어졌다 함은 우리들의 문제일 뿐,
모래 알갱이에겐 전혀 특별한 체험이 아니다.
어디로 떨어지건 그들에겐 마찬가지다.
벌써 착륙했는지, 아직 하강 중인지
분간조차 못하기에.

창밖에는 아름다운 호숫가 풍경,
그러나 풍경은 스스로를 보지 못한다.
세상 속에서 그 풍경은
아무런 색깔도, 형태도,
소리도, 향기도,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호수 바닥에는 바닥이 없고,
호수 기슭에는 기슭이 없다.
호수에 고인 물은 축축하지도, 건조하지도 한다.
자신이 물결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먹은 파도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위를 향해
한 번도, 여러 번도 아닌 채 그렇게 휘몰아친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은 하늘 아닌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 하늘에서 태양은 지지 않고, 다만 스러져갈 뿐.
태양이 무심하게 흐르는 구름 뒤로 숨지 않고, 몸을 가리면
그저 바람이라는 이유로 공기 속을 떠도는 바람이
구름을 이리저리 몰고 다닌다.

일 초가 지나고,
두 번째 초,
세 번째 초,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 삼 초일 뿐.

급한 전갈을 지닌 사자(使者)처럼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그것은 단지 우리의 비유일 뿐.
상상이 빚어낸 가공의 인물이 급한 듯 서두른다.
비인간적인 어떤 소식을 전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