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3. 22:49ㆍ▦ 한국의 문화재/문화재 답사 자료
2. 화선(畵仙) 김홍도
단원 김홍도는 "그림 신선" 으로 불린다. 외모와 행동거지가 맑고 아름다웠다고 한다. 풍속화로 가장 친숙하지만 신선,실경산수,고사인물(故事人物)
궁중행사도,호랑이나 고양이 등 영모,연꽃과 파도 등 다양한 분야의 그림을 다 잘그린 정조시대 최고의 화원이었다.
씨름도, 서당도 등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풍속화로 가장 우리에게 친숙한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는 조선 초기 안견, 겸재 정선, 오원 장승업과 함께 조선시대 4대 화가 중 한사람으로영조 21년(1745년)에 나서 정조 재위 24년간을 거쳐 순조 6년(1806년경)까지 살았으며, 중인출신의 신분임에도 어용화가로 발탁되어 수많은 궁중 기록화와 어진을 그렸고 그 공로로 안기찰방(지금의 우체국 또는 역장),연풍현감(지금의 군수)등 관직까지 지냈던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화가였다.
김홍도의 마상청앵 (馬上聽鶯)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제화시는 동갑의 그림친구 이인문이 썼다고 한다.
"아리따운 사람이 꽃 밑에서 천가지 소리로 생황을 부는 듯하고
시인의 술동이 앞에 황금귤 한 쌍이 놓인 듯 하다.
어지러운 금북(베짜는 도구)이 버드나무 언덕 누비니,
아지랑이 비 섞어 봄강을 짜낸다"
이 그림은 마치 나를 잠시 쉬도록 하는 것 같다.
쉬면서 잠시 생각을 접고 그저 소리를 듣고, 그 소리나는 쪽으로 가만히 고개를 들어 높은 곳을 쳐다보도록 한다.
여유와 여백의 느낌...
몇 년 전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이 그림을 만났다.
김홍도의 문시동행 (聞詩徹東行) 시를 들으러 동쪽으로 뚫고 가다
화가가 직접 붙인 화제에는 한 글자가 더 있어 의미가 강조된다.
"시를 들으러 동쪽으로 뚫고 가다 (聞詩徹東行)"
선비는 동쪽으로 가고, 스님은 그 반대방향으로 마주오다가 만나 길을 묻는다.
우리도 가끔 모르는 길을 갈 때가 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그 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마주오던 사람에게 묻는다.
그 사람은 이미 경험한 길이므로, 그는 바로 나의 선배가 되는 듯한 마음이 드는 것.
간결하면서도 단순한 선으로 쓱쓱 그린 듯 한데, 그 인물들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라니...
김홍도의 호귀응렵 (豪貴鷹獵) 호탕한 귀인의 매사냥
조선시대 선비들이 매사냥에 심취해 있었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설명을 보니, 그가 현풍현감으로 있던 시절에 그린 일종의 자화상 같다는 것이다.
단원이 매사냥의 명분으로 고을의 군정을 징벌하며 세금과 벌금을 걷다가 파직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단원도 참...
지인들이 그를 신선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더니, 반면 그런 개인적인 욕심도 부렸었나 보다.
세종대왕이 매사냥을 너무 좋아해서 궁궐 안에 매 사육장을 만들자고 고집을 부렸었다는 기록이 있었다고 하니
천재들의 어린애같은 마음이 아닐까...
김홍도의 기우부신 (驥牛負薪) 소 타고 나무짐을 지다
관목이 우거진 덤불과 시내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의 표현이 세심함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소와 소를 탄 아이의 모습은 왜 이리 따뜻한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김홍도의 춘한맥맥 (春恨??) 봄에 맺힌 한 줄기져 흐르다
"봄은 무르익어 온갖 한이 서리서리 이어지는데(方春??千般恨)
담장 머리에 푸른 꽃만이 그 소식을 아누나(有檣頭綠檣知)"
연두빛 새순과 여인의 붉은 옷이 화사함을 더해주는 그림이다.
김홍도의 월하취생 (月下吹笙) 달빛 아래에서 생황을 불다
단원의 또다른 그림 <포의풍류>를 떠올리게 한다.
<포의풍류>의 모습은 정갈하고 뭔가 초월하고 있는 여유로운 선인의 모습이라면,
이 그림 속의 인물은 좀 움츠러들어 있는 모습이다.
정말로 <포의풍류>가 김홍도의 이상적 자아이고, <월하취생>은 그의 현실적 자아일까?
(리움미술관에서 <포의풍류>를 볼 수 있다)
김홍도의 소년행락 (少年行樂) 소년이 나들이 즐거움
화제로 쓴 것은 당나라 시인 최국보의 시 <소년행>의 마지막 구절이라고 한다.
"봄날 길가의 정취로다(春日路?情)"
막 새순이 오른 버드나무 아래를 소년이라기엔 좀 늙은 듯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다.
경쾌함이 느껴진다.
다음은 그의 동갑내기 절친이었다는 친구 이인문의 소년행락이다.
김홍도의 소년행락보다 더 화사하게 그려져 있다.
오른쪽 상단에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은 자신이 붙인 호라고 한다.
이인문의 서원아집(西園雅集) 서쪽 정원의 조촐한 모임
간재 홍의영이라는 사람이 제시를 달았다고 한다.
'서원아집'은 중국 북송 때의 부마였던 왕선이란 자가 자기집 정원에 여러 문인묵객들을 초대해서 모임을 열었으며
이를 기록하기 위해 그림으로 남겼다는 것이란다.
그것을 이인문이 그렸는데 소나무를 유독 잘그렸다는 그의 솜씨를 뽐내기에 왕족의 정원만한 것이 없었을까,
자신 역시 여러 문인묵객들을 정원에 초대해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담았을 것이다.
이인문의 임수담소(林?談笑) 숲속 노인들의 담소
이인문의 멋진 소나무 그림솜씨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스스로의 호를 '고송유수관'이라고 지을 만큼 소나무를 좋아했다고 한다.
왼쪽 아래에 그의 호가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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