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동대만조(神勒寺東臺晩眺)-이식(李植) 신륵사 동쪽 누대에 올라 저녁 경치 바라보며-이식(李植) 草草倦行邁(초초권항매) : 급하고 피곤하게 달려온 먼 길 登臺送落暉(등대송낙휘) : 누대에 올라 지는 해 전송한다. 風江春不穩(풍강춘부온) : 바람 부는 강물결에 봄 날씨 싸늘한데 煙..
오늘낮 갑자기 내린 소나기 한줄기.... 문득 생각나는 시 . . . 우현(雨絃)환상곡 공광규 빗줄기는 하늘에서 땅으로 이어진 현(絃)이어서나뭇잎은 수만 개 건반이어서바람은 손이 안 보이는 연주가여서 간판을 단 건물도 고양이도 웅크려 귀를 세웠는데가끔 천공을 헤매며 흙 입술로 부는 ..
가장 사나운 짐승/ 구상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 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길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 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 대문짝만한 큰 거..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안명옥 놀라워라,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간다 참지 못할 만큼 오줌이 마려워 걸음이 평소보다 급하다 오줌 마려운 것이, 나를 이렇게 집 쪽으로 다급하게 몰고 가는 힘이라니! 오줌이 마렵지 않았다면 밤 풍경을 어루만지며 낮엔 느낄 수 없..
비의 냄새 끝에는/ 이재무 여름비에는 냄새가 난다 들쩍지근한 참외 냄새 몰고 오는 비 멸치와 감자 우려낸 국물의 수제비 냄새 몰고 오는 비 옥수수기름 반지르르한 빈대떡 냄새 몰고 오는 비 김 펄펄 나는 순댓국밥 내음 몰고 오는 비 아카시아 밤꽃 내 흩뿌리는 비 청국장 냄새가 골목..
푸른 수도승 / 김점숙 똑 또그르르 때 아닌 오밤중에 목탁소리 들린다 월장을 하여 우리 집 옥상에 스님이 오르셨나 뜨거운 열대야 속 참선이 따로 없는 밤 그 스님 단단히도 마음을 동여매는가 보다 똑 또그르르르 간격이 일정치 않은 저 소리 꾸벅꾸벅 졸음 겨운 수도승의 해찰인가 깊..
내가 친동생 처럼 아끼는 최태선시인.... 오늘아침 문득 내 가슴에 와 닿는 시하나 발견했다. 하늬야 ~~ 혹시 내 블로그에 와서 이 시 볼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구구절절 싯귀가 참 가슴에 와 닿는다. 늘 건강하고 좋은 시 많이 쓰길바란다.
너에게 쓴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
배를매며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겨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아련한 사랑 / 임숙현 바람에 지는 아련한 사랑 가슴 길에 오르면서 빈자리 내어놓고 사무치는 그리움 세월 따라 앉아보니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 삶 인생의 긴 여정 바위 같았던 마음 일렁이는 물빛 그리움 가슴에 별이 되어 마음을 오가던 시간 세월을 걸어 어느새 그 위를 걷고 있..
하늘 냄새 / 박희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 하늘 냄새를 맡는다
의자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
★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 글 : 이해인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메마르게 하는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메마르고 차가운 것은 남 때문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불안할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불안하..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 문향란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없다. 더듬어보면 우리가 만난 짧은 시간만큼 이별은 급속도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사랑도 삶도 뒤지지 않고 욕심내어 소유하고 싶을 뿐이다. 서로에게 커져가는 사랑으로 흔들림 없고, 흐트러지지 않는 사랑으로 너를 사랑할 뿐이다. 외..
내 마음의 우물 돌멩이 하나를 던져보면 압니다. 돌이 물에 닿는데 걸리는 시간과, 그때 들리는 소리를 통해서 우물의 깊이와 양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마음의 깊이는 다른 사람이 던지는 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깊으면 그 말이 들어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깊은 울림..
능소화의 눈물 풀잎/유필이 긴 속눈썹에 매달린 커다란 눈물방울의 얼룩이 다시 꽃으로 피어나 새벽안개 가르며 마른기침 토해내는 진통으로 진홍빛 사랑 앓이에 숨이 가파르고 꽃잎 사이 사이에 숨겨진 뜨거운 사랑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칠월의 붉은 태양을 안고 오직 한 사람의 사랑만 죽도록 갈망..
바닷가 마을 백사장을 산책하던 젊은 사업가들이 두런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인데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 탈이죠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들에게 한심하다는 듯 사업가 한 명이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을 만큼은 다 잡았소" 날..
살구꽃 향기 / 유금옥 민지는 신체장애 3급입니다 순희는 지적장애 2급입니다 우리 반 다른 친구들은 모두 정상입니다 민지가 바지에 똥을 싸면 순희가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 똥 덩어리를 치우고 닦아 줍니다 다른 친구들이 코를 막고 교실에서 킥킥 웃을 때 순희가 민지를 업고 가늘고 ..
그렇게 사귀고 싶습니다 -유승우 공기와 사귀고 있습니다. 몸이 알아서 하는 짓입니다. 생각해서 숨을 쉰다면 사귀는 게 아니지요. 깜빡 잊고 숨이 멎을 수도 있으니까요. 숨을 쉬는 것은 몸이 알아서 하는 기도입니다. 벌레들은 땅속에서도 숨을 쉬고, 물고기들은 물속에서도 숨을 쉽니다. 누가 시켜..
2010.9.23. 추석전날 부산가는 열차안에서....낙동강 줄기 햇볕 좋은 날 / 강승남 오늘처럼 햇볕 좋은 날엔 그대를 잠시 햇볕에 말리겠습니다 넣었다 뺐다 한다는 토끼 간처럼 가장 깨끗한 바위에 그대를 펼쳐놓겠습니다 한때 햇살보다도 눈부신 기쁨이었으나 어느 날 내 몸 가장 깊은 곳에 불치의 슬픔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