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 깜작이야 나를 초대하니 풍성한 계절의 잔치 상에 풀꽃 아낙내도 산 나뭇꾼 사내도 울긋불긋 화장하고 나와 잔치 상은 온통 꽃향기에,불꽃이 피네 아,놀라워라 벌 나비 춤추는 산야 아마 계절은 오늘을 위해 일년 내내 준비 했나봐.
비꽃 / 사윤수 폭우는 허공에서 땅 쪽으로 격렬히 꽃피우는 방식이다. 나는 비의 뿌리와 이파리를 본 적이 없다. 일체가 투명한 줄기들, 야위어 야위어 쏟아진다. 빗줄기는 현악기를 닮았으나 타악기 기질을 가진 수생식물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비에겐 나비가 아니라 영혼이 깨지는 순..
방남수 시집 -『보탕』( 화남, 2012) |시집과 문예지 보리향/이온규 | 조회 36 |추천 0 |2012.09.19. 15:51 http://cafe.daum.net/sihanull/DS3/2432 방남수 시집 -『보탕』( 화남, 2012) 순수하고 투명한 방남수 시인의 시들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들어내 준다. 시인은 불교적인 세계인식에 바탕을 두면서..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Wizdok z ziarnkiem poasku) 詩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노벨문학상 수상자) 우리는 그것을 모래 알갱이라 알고 있지만 그들 자신에게는 알갱이도 모래도 아니다. 모래 알갱이들은 일반적이건, 특별하건, 일시적이건, 지속적이건, 잘못된 것이건, 올바른 것이건, 이름없이 ..
단어를 찾아서 Szukam slowa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
6월의 장미/ 詩;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
+ 아침 이슬 어둠이 밝음으로 서서히 밀려날 때 조용한 새벽길을 걷는다. 촉촉이 발 밑에 젖어드는 이슬들 나에게 너는 무슨 인연인가? 많은 사람들의 얼굴 잘들 계시는가? 때로는 아픔이었고 한때는 기쁨이었던 착한 공기에 숨쉬며 그대들을 기억한다. 해가 나면 스러질 그 순간에도 간..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
감 허영자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기도하는 목련화 하늘을 향해 하얗게 내미는 기도의 손 빈 마음 가득히 임을 향해서 수 없이 굳은 채찍 마음을 다지며 임 향한 마음 하늘을 우러러 기도드리는 마음 고와라 소녀 같은 합장(合掌)의 손 청초하게 피어다오 나의 꽃 목련화야 임 향한 마음 변치 않게
+ 바람이 하는 말 바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았니 오월의 푸른 잎새들의 갈피마다 살랑대는 바람이 나지막이 속삭이는 말없는 말 흘러라 막힌 데 없이 흘러라 그러면 잎새들은 잠 깨어 깃털처럼 흔들리나니 모양도 빛도 없는 나의 생명의 유일한 힘은 그저 흐름의 힘일 뿐 그것 말고 나는 ..
마음이 마음에게 이해인 내가 너무 커버려서 맑지 못한 것, 밝지 못한 것, 바르지 못한 것... 누구보다 내 마음이 먼저 알고 나에게 충고를 하네요 자연스럽지 못한것은 다 욕심이예요 거룩한 소임에도 이기심을 버려야 순결해 진답니다 마음은 보기보다 약하다구요 작은 먼지에도 쉽게 ..
안 동 ㅡ류 안 진 어제의 햇볕으로 오늘이 익는 여기는 안동 과거로서 현재를 대접하는 곳 (...) 옛 진실에 너무 집착하느라 새 진실에는 낭패하기 일쑤긴 하지만 불편한 옛것들도 편하게 섬겨가며 차말로 저마다 제 몫을 하는 곳 눈비도 글 읽듯이 내려오시며 바람도 한 수 읊어 지나가시..
더딘 사랑 /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세상의 정원으로 나는 걸어들어갔다 정원 한가운데 둥근 화원이 있고 그 중심에는 꽃 하나가 피어 있었다 그 꽃은 마치 빛과 같아서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셨다 나는 둘레에 핀 꽃들을 지나 중심에 있는 그 꽃을 향해 나아갔다 한낮이었다, 그 길이 ..
그 누가 묻거던 외로운 사람아 그 누가 너의 이름을 묻거던 그냥 눈물이라 해라 이슬이라 하기에는 그 순간이 너무나 짧고 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에 가슴이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 누가 너의 이름을 묻거던 그냥 그리움이라 해라 눈물겹도록 보고팠던 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
나의 기도 아직도 태초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바다를 내게 허락하소서 짙푸른 순수가 얼굴인 바다의 단순성을 본받게 하시고 파도의 노래밖에는 들어 있는 것이 없는 바다의 가슴을 닮게 하소서 홍수가 들어도 넘치지 않는 겸손과 가뭄이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여유를 알게 하시고 항시 ..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 어린이들은 빨리 간섭받지 않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중고등학생들은 하루 빨리 시험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생이 되었으면... 대학생들은 빨리 졸업하고 취직을 했으면... 한창 바쁘게 일할 때는 빨리 정년 퇴직을 해 한가롭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항..
다산시문집 제3권 신륵사 동대에 오르다[登神勒寺東臺] 신륵사 동대에 푸르른 잣나무숲 / 神勒東臺翠柏森 예성으로 갈 배가 이 숲에 체류했네 / 蘂城歸棹滯?林 나옹의 부도탑은 풍경이 말해주고 / 懶翁塔?風鈴語 목로가 쓴 빗돌엔 바위옷이 끼어있다 / 牧老碑荒石髮侵 적석의 개인 구름 날..